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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부자가 되어 문전옥답 사게되면 산 좋고 물 좋은 변산땅을
사야겠다.
봄이면 꽃향기에 날짐승이 배부르고 여름이면 버섯 향기 들짐승이 취하는
곳, 기암절벽 산허리에 노송이 수려하여 계곡사이 잡초마저 귀티가 도는구나. 가을산은 수채화요 겨울 풍경 수묵화라 뉘라서 이 경치를 붓끝으로
표현할까. 바라보면 절로 탄성 견물생심이라 그 마음 경계하여 본 모습 지켜주자.
직소(直訴)폭포 내린 물이 서해로 갈 때까지 발 한번 담그지 않고
오롯이 보내주고 머루, 다래, 으름, 홍시 제 풀에 떨어져도 단내 맡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아니주리.
여름이면 몸살 앓는 해수욕장 간판 떼고 백사장에 둘러 쳐진 파라솔을
걷어내니 명사십리 은모래길 해당화도 붉구나.
천하절경 적벽강은 소동파의 놀이터라 구성진 노래 소리 세월 건너
이어오고 달빛받아 반짝이는 오석(烏石)들을 등불삼아 채곡채곡 채석강에 천만장서 읽어보자. 이 밤 지새워 이 책을 다 읽으면서 향시(鄕試)는
물론이요 회시(會試). 전시(殿試)과거시험 장원급제 문제없다.
천방지축 여덟 남매 치다꺼리에 신물나면 어머니의 으름장에 등장하던
구원병,
"변산 호랑이 내려온다....,"
후박나무 그늘 아래 어스름 달빛이 무서워도 이제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목소리 그리워라. 산신령의 제물 되어 서해안 파도 잠재우면 위도 뱃길 외로운 넋, 위안이나 되려는지.
사람의 힘이 무섭다고 겁먹은 고기들아. 사람 마음 더 무서운 줄 어찌
몰랐더냐, 새만금 물꼬 트고 너희 상봉하여 주면 용왕님께 아뢰어서 진주라도 물고 오련.
해질 녘 들려오는 내소사의 범종 소리는 전나무 숲 지나올 때 솔 향
함께 묻혀오고 호젓한 마음으로 옛 벗이 그리우면 부안 기생 매창 불러다 시 구절이나 읊어보자.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 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더라
청아한 그 목소리 골짜기를 넘나들고 대웅전 풍경소리 고수장단 자청하니
개암산 울금바위 도를 닦는 선비님 여인의 절흥에 합석을 해도 좋고, 비온 뒤 너럭바위에 벼락폭포 생겨나면 절경을 핑계 대어 님이라도
모셔보자.
배 띄워라 배 띄어라 변산 앞 바다에 배
띄워라.
봄이라 두견 주에 알밴 조기 구수하고 털이 숭숭 참 게장은 잃은 입맛
찾아 준다.
여름이라 모주에다 주꾸미가 제격이요 참소라 고동소리 풍악이 따로
없다. 어물전 망신 망둥이는 예서 촐싹 제서 텀벙 낚시마다 줄줄이 할미 손자 다 낚이니 갯바람에 건 듯 말려 은근슬쩍 구워놓으면 뉘라서 망둥이를
천하다 할 것인가.
가을이라 국화주에 풍천(風川)장어 힘이 솟고 뼈 많다고 괄시 말라
전어회가 일품이다. 등이 굽은 대하, 중하 열혈충신 백합, 조개, 참 숯불 죽염(竹鹽)위에서 굳게 다문 입 벌리면 고소한 냄새가 소문보다 먼저
간다.
기름진 개화미는 청정유역 부안 김에 끄니 마다 업둥이요, 황토 흙
정기 받아 알이 통통 고구마는 곰소 젓갈 갓김치에 돌돌 말아 간식이라 절절 끓는 아랫목에서 한 겨울이 금방 간다. 둘러보니 절경이요, 맛을 보니
일품이라 '생거부안(生居扶案)' 참이로세.
변산팔경 꼽아보면 웅연조대(雄淵釣臺), 직소폭포(直訴瀑布),
소사모종(蘇寺暮鐘), 월명무애(月明霧靄), 채석범주(採石帆柱), 지포신경(止浦神景), 개암고적(開岩古跡), 서해낙조(西海落照), 그 중에 장관은
서해낙조 아니런가.
서녘에 붙은 불을 뉘라서 감히 끌까 저리도 고운 천을 어느 손길이
짜뒀을까. 하늘에 반 걸치고 물 속에 건 듯 잠긴 기품 있는 홍 비단으로 호사 한번 해봤으면.
저리 고운 노을 빛도 생각따라 가지각색 빈곤하여 바라보면 시루떡에
팥물이요, 두려움에 바라보면 붉디붉은 핏물이다. 넉넉하게 바라보면 만선의 붉은깃발 의기양양 돌아오는 북소리도
신명난다.
물 묻은 화선지에 꽃 물이 번지듯이 처녀 귓불에 부끄러움이 번지듯 돈
많은 부자도 저것만은 살 수 없어 마음으로만 탐하고 아쉬움으로 보낸다.
사람 냄새가 단절하니 태초에 변산이라 계곡에 흐르는 물은 온갖 약초
녹즙이요, 무성한 잡초는 제 멋대로 지고 자라 예서 "어흥" 제서 "끼르륵" 무릉도원 따로 없다.
소문 듣고 찾은 객아 이곳에 오거들랑 좋다고 노래 짓지 말고 곱다고
그림 그리지 말며 네발 달린 짐승처럼 한데 어울려 노닐다가 이다음에 올 때까지 마음에나 새겨두소.
내 팔자 간난하여 부자가 될 수 없어 일장춘몽에
걸인연천(乞人憐天)이라 해도 이 꿈 깨지 않게 바람 솔솔 비껴가고 파도야 철썩 치지 말아라.
*참고*
웅연조대(雄淵釣臺): 줄포에서 곰소 바다에 펼쳐지는 풍경이 물에
비치는 경치
직소폭포(直訴瀑布): 내변산 안에 있는 폭포
이름
소사모종(蘇寺暮鐘): 내소사의 저녁 종소리가 울리는
풍경
월명무애(月明霧靄): 월명암에서 바라보는 월출과 안개의
경치
채석범주(採石帆柱): 채석강과 주변 바다의
풍경
지포신경(止浦神景): 지지포에서 쌍선봉까지의 산봉우리
진경
개암고적(開岩古跡): 개암사와 그 주변의 백제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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